Story | 08 PEER COFFEE 피어 커피
그림에 스며든 브랜드의 이야기
PEER COFFEE의 작품 의뢰 이야기 - 모유진 작가의 다섯 작품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피어 커피(PEER COFFEE)는 '친구, 동료'라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편안한 친구가 건네는 특별한 커피 한 잔’의 마음을 담아 일상 속에 따뜻한 쉼을 전해왔습니다. 올해 11주년을 맞은 피어 커피는 종각점의 리뉴얼 오픈을 기념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다섯 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모유진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했는데요. ‘파란집’, ‘손’, ‘마을’, ‘커피잔’, 그리고 시즌 블렌드 ‘마드레스’까지, 각 키워드는 피어 커피 종각점의 공간에 커피향처럼 은은하게 스며든 다섯 점의 그림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피어 커피 윤희선 대표와 공간 디자인을 맡은 아키플로우(ARKIFLOW) 강현정 대표, 그리고 모유진 작가가 들려주는 이번 협업의 비하인드 스토리.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들어보세요.

피어 커피를 대표하는 푸른 색과 종각점을 상징하는 숫자 33, 그리고 피어 커피의 11주년을 기념하는 시즌 블렌드 ‘마드레스’까지. 피어 커피의 다섯 가지 브랜드 키워드인 '파란집, 손, 마을, 커피잔, 마드레스'를 담아낸 작품을 의뢰하고 싶습니다.
의뢰인 | 피어 커피 ( @peer_coffee )
공간 | 종로 33번지에 위치한 피어 커피 종각점
아티스트 | 모유진 ( @moeugene0407 )
의뢰 내용
피어 커피는 '친구, 동료'라는 뜻을 담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입니다. 누구나 편안히 커피를 나눌 수 있는 브랜드의 가치와 공간의 정서를 담고 있는 다섯 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작품을 의뢰했습니다. 피어 커피가 의뢰한 다섯 가지 키워드는 파란집, 손, 마을, 커피잔, 마드레스입니다.
파란집
피어 커피의 메인 컬러인 ‘딥블루’를 중심으로, 파란 지붕 아래 아늑하게 커피를 즐기는 모습을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푸른 물, 자연스러운 재료, 편안한 분위기를 담고자 한 키워드입니다.
손
친구에게 건네는 한 잔의 커피처럼,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마을
다양한 ‘피어’들이 모여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풍경. 그곳에 피어 커피가 어우러지는 ‘빌리지 지도’ 같은 모습을 상상합니다.
커피잔
커피와 관련된 대표적인 모티프입니다. 일상을 담고 나누는 매개체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드레스
피어 커피의 시즌 블렌드 ‘마드레스’. 올해 11주년을 맞이한 피어 커피의 기념 블렌드 마드레스는 게이샤를 블렌딩했고, 베리류의 복합적인 향미가 특징입니다. 피어 커피는 시즌 블렌드를 누군가의 친구나 동료의 이름에서 따오곤 하는데요. 마드레스 역시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소설 속 주인공, ‘장 발장’이 시장이 되어 새 삶을 살아가기 시작할 때 쓰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 블렌드 마드레스를 위한 이미지로, 종각역의 보신각 앞에 서 있는 노신사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INTERVIEW
이번 인터뷰는 PEER COFFEE 윤희선 대표, 피어 커피의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을 진행한 ARKIFLOW 강현정 대표, 모유진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Q. 피어커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PEER COFFEE 윤희선 | 피어커피 디렉터 윤희선입니다. 피어 커피는 이름 그대로 ‘친구, 동료’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가장 편안한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커피’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저희는 매년 시즌 블렌드를 선보이는데요. 시즌 블렌드 역시 누군가의 ‘친구, 동료’에서 이름을 따와 그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에 맞는 커피를 내어 드리고 있어요. 현재는 성수 본점을 비롯해, 코엑스점, 광희문점, 한남 커피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그리고 최근 리뉴얼 오픈한 이곳 종각점까지 운영 중입니다.



종로 33번지에 위치한 피어 커피 종각점
Q. 이번에 리뉴얼 오픈한 종각점은 어떤 공간인가요?
PEER COFFEE 윤희선 | 종각점은 피어 커피 매장 중에서도 가장 오피스 상권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어요. 그래서 이 공간을 기획할 때부터 ‘도심 속 쉼표 같은 카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죠. 매장은 2층에 있고, 세 방향이 모두 창으로 열려 있어 뷰가 좋아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전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저희가 전하고 싶은 피어 커피의 편안하고 친근한 정서가 이곳에서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면 좋겠어요.



도심 속 쉼표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새롭게 오픈한 피어 커피 종각점
Q. 이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PEER COFFEE 윤희선 | 이번 종각점의 콘셉트는 ‘33’이라는 숫자에서 출발했어요. 주소가 종로 33번지인데, 이곳을 마주한 보신각도 해마다 제야의 종을 33번 타종하죠. 또 종로는 33인의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장소이기도 해서, 그 의미를 담아 33인의 장인, 작가, 디자이너들이 함께 이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한 땀 한 땀 수놓듯 공간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ARKIFLOW 강현정 | 저희는 피어 커피와 2021년부터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을 함께하고 있어요. 종각점은 처음부터 ‘종로 33번지’라는 상징적인 주소를 중심으로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공간을 구성하며 무엇보다 중요하게 본 것은 ‘시선’이에요. 세 면이 유리창으로 된 구조 덕분에 시야가 탁 트여 있거든요. 밖을 바라보는 뷰는 물론, 내부의 동선과 머무는 자리에서의 시선도 신경 썼어요. 벽면이 적지만, 각 벽마다 아트워크를 배치해 어디에 앉아도 시선이 머물 수 있도록 했고요. 시선이 머무는 곳에 항상 볼거리와 재미가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과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머물고 싶은 공간 디자인에 중점을 뒀어요.
Q. 유로운과 협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PEER COFFEE 윤희선 | 종각점은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고, 중간에 복도처럼 한쪽 벽면이 길고 텅 비어 있는 구조인데요. 그 벽을 단순히 인테리어 자재로 채우기보다는 의미 있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유로운을 알게 되었고, 마침 저희도 ‘창작자 33인과의 협업으로 채운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구상 중이어서 그 중 하나로 모유진 작가님께 작품을 의뢰하게 된 것이죠. 그림이 있는 공간, 마치 작은 갤러리 같은 카페를 만들고 싶었던 저희의 의도와 잘 맞았어요.


Q. 의뢰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PEER COFFEE 윤희선 | 저희가 모유진 작가님께 의뢰드린 키워드는 총 다섯 가지예요. 먼저 파란집은 피어 커피의 시그니처 컬러인 딥블루에서 출발했습니다. 저희에게 ‘집’은 편안함을 상징하는 이미지이기도 해서, 푸른 지붕 아래 아늑하게 커피를 마시는 풍경을 떠올리며 키워드로 잡았어요.
손은 커피 한 잔을 건넨다는 행위 자체에서 출발했어요. 피어 커피가 친구에게 커피를 건네는 따뜻한 손길, 그 감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마을은 피어라는 단어의 의미와 연결되어 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피어’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루는 모습이 브랜드가 가진 정서와도 닮아 있거든요. 그래서 하나하나의 삶이 모인 마을, 그 안에 피어 커피가 스며드는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커피잔은 가장 일상적인 모티프지만, 피어 커피가 담기는 그릇이기도 하잖아요. 단순히 커피 그 자체보다는, 담고 나누는 매개체로서의 커피잔을 작가님이 표현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마드레스는 피어 커피의 11주년을 기념하는 시즌 블렌드 이름인데요. 장 발장이 새 삶을 시작하며 쓰는 이름 ‘마드레스’에서 따왔어요. 저희는 그 이미지로 이곳 종각점에서 보이는 보신각과 한국적인 미의 기와, 종로라는 상징적인 위치를 떠올렸고, 노신사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Q. 모유진 작가님께 의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PEER COFFEE 윤희선 | 커피는 본질적으로 물과 만나는 재료잖아요.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도, 브루잉을 할 때도 물과의 접점에서 색과 농도가 만들어지는 것이 커피거든요. 그 과정을 생각했을 때 ‘수묵화’가 떠올랐어요. 물이 스며들고 번지면서 만들어내는 한국화의 농담(濃淡) 같은 것이요. 피어 커피의 커피를 소개할 때도 라이트한 맛부터 다크한 맛까지 점점 짙어지는 흐름을 단계별로 전해드리는데, 그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모유진 작가님의 작업이 가장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요. 또 커피 색 자체는 브라운이나 블랙이지만, 브랜드 컬러인 딥블루를 작가님이 풀어냈을 때 어떤 색감과 분위기를 낼 지도 굉장히 궁금했고요.
Q. 의뢰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이나 이미지,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YOUROWN 모유진 | 저는 한국화를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 모유진입니다. 의뢰 내용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피어 빌리지’ 이야기였어요. 작은 ‘피어’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크게 와닿았고, ‘파란 집을 작은 단위들이 잇는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이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내용은 제 기존 작업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저 역시 ‘어떤 고요한 풍경이나 평화로움 안에 아주 작고 섬세한 것들이 움직여서 이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피어 커피가 가진 문구 중에도 ‘시간이 쌓여 새로운 것들이 시작된다’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 메시지도 제 작업과 결이 맞닿아 있었고요. 그래서인지 피어 커피라는 브랜드가 처음부터 낯설지 않고 오히려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피어 커피의 의뢰로 완성된 작품 | <건네고 건네는>, <피어 빌리지>, <시작> 모유진, 한지에 채색, 덧붙임, 33.3 x 24 cm, 2025
Q. 다섯 점의 그림을 작업하며 각 키워드마다 특별히 신경 쓴 표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YOUROWN 모유진 | 파란집의 경우에는 컬러뿐 아니라 33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림 속 파란 집 안에 서른 세 장의 동그라미를 넣었습니다. 이 동그라미들이 모여 하나의 집을 이루고, 그 외곽에는 또 다른 하얀 동그라미들이 더해지며 집 안으로 들어오는 흐름을 표현했어요.
손이라는 키워드는 피어 커피가 온기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이야기에서 출발했어요. 커피를 매개로 손에서 손으로 따뜻함이 전해지는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그림 속 손과 손은 아주 살짝 맞닿아 있는데요, 그 조심스러운 접점에서 따뜻한 마음이 흐르는 듯한 장면을 담고 싶었어요.
마을도 파란집과 연결되는 이야기예요. 하나의 집이 모여 여러 집이 되고 여러 집이 모여 마을이 되는 것처럼, 개인이 모여 집을 이루고 집이 모여 마을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커피잔은 커피를 내리거나 마시는 모든 과정에서 커피를 담는 그릇인데요. 담는 것이 동시에 마음이나 에너지, 흐름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담고, 옮기는 매개체로 생각했어요.
마드레스는 초반에 조금 어려웠던 키워드예요. ‘노신사’라는 단어만 가지고 다시 봤는데, 산책 중에 마주쳤던 멋진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떠올랐어요. 긴 세월이 어깨 위에 내려앉은 듯한 그분의 모습을 꼭 그림에 담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살짝의 위트를 더하고 싶어서, 제가 좋아하는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시그니처인 중절모를 모티프로 삼아 그분의 머리 위에 씌워봤습니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주제나 작업이 있다면요?
YOUROWN 모유진 | 모든 작업에 마음을 쏟았지만, 그중에서도 ‘마드레스’ 작업이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작품이에요. 피어 커피의 1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고, 에스키스를 보내드렸을 때 너무 좋아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살짝 무거워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작업할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썼고, 특히 색을 맑게 표현하고 싶어서 그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또, 제가 작업에 약간의 ‘킥’을 넣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요. 예를 들면 ‘파란집’에는 따뜻한 마음을, ‘커피잔’에는 현대인의 구세주 같은 상징으로 손을 살짝 더해 의미를 부여하려 했어요. 그래서 이 세 작업, ‘마드레스’, ‘파란집’, ‘커피잔’에 가장 힘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Q. 그림이 놓일 자리는 어떻게 계획하셨나요?
ARKIFLOW 강현정 | 처음 모유진 작가님의 예시 작품을 봤을 때, 경계가 뚜렷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오버랩되는 느낌이 좋았어요. 그렇게 작가님께 의뢰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이 공간에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피어 커피 종각점의 공간은 중간의 좁은 복도를 지나 동선이 흐르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요. 사실 중간의 이 좁고 긴 복도는 머무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지나는 공간에 가까워요. 그래서 고객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들어오셔서 둘러보다가 마지막에 도달하는 자리, 즉 동선의 끝이자 보신각 뷰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작품을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갤러리를 거닐다가 마지막 전시작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컬러감 역시 중요한 요소였는데요. 피어 커피의 브랜드 컬러가 블루이다 보니, 작품에도 블루 톤을 담아 작업해주셨어요. 원래 이 공간은 나무 톤이 강했는데, 작품의 색감을 살리기 위해 마감 계획을 중간에 수정하고 작품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조정했습니다.


피어 커피의 의뢰로 완성된 작품 | <쌓여가는 오늘>, <마드레스> 모유진, 한지에 채색, 덧붙임, 33.3 x 24 cm, 2025
Q. 완성된 그림이 이 공간에 설치된 것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PEER COFFEE 윤희선 | 처음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우드 톤과 창밖 풍경이 어우러진 공간을 봤을 때도 차분하면서 참 좋았는데요, 그림이 자리를 잡고 컬러가 더해지면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다섯 가지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녹아 흰 벽면이 채웠을 때, 이 공간에 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객분들이 마치 갤러리처럼 그림을 감상하면서 여기서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ARKIFLOW 강현정 | 그림이 설치된 순간 ‘이 공간이 산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중간에 작가님의 작업 과정이나 작품에 대한 스토리도 인상 깊었는데, 완성작을 봤을 때 작품이 굉장히 좋아서 감동했고요. 여기서 커피를 마시는 분들도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을 동시에 하실 수 있다는 점이, 브랜드로서도 공간으로서도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YOUROWN 모유진 | 솔직히 제 작업이 어떤 공간에서 ‘예뻐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매일 쓰는 일기처럼 그림 작업을 하고 있어서인지, 작품이 공공의 공간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완성된 공간에 설치된 작품을 보니까 “예쁘네요”라는 감탄이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Q. 작가님에게 ‘브랜드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건 어떤 의미였나요?
YOUROWN 모유진 | 브랜드가 쌓아온 시간과 정체성을 짧은 기간에 이해하고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있었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피어 커피가 가진 키워드들이 제 작업과 공통점이 많았어요. 원래부터 저도 ‘관계’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관계의 수많은 모양 중에 이런 방식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유로운과의 협업을 경험하며 브랜드 입장에서 인상 깊거나 좋았던 점이 있다면요?
PEER COFFEE 윤희선 | 보통은 작가님의 작업 스타일이나 기존 작품을 보고 선택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유로운은 그 반대였어요. 저희가 원하는 그림의 느낌이나 주제를 먼저 이야기하는 의뢰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 공간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과정이 특히 좋았고, 그 과정에서 작가님과의 거리감도 훨씬 좁혀졌다고 느꼈어요. 작가님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저희의 이야기를 부드럽게 녹여내주셔서, 이번 협업이 정말 좋은 경험으로 남은 것 같아요.



Q. 유로운의 그림이 함께하는 이 공간에서 고객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시나요?
ARKIFLOW 강현정 |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야만 좋은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피어 커피 종각점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상 속에서 예술을 더 가까이 경험하고, 브랜드에 대한 좋은 기억과 감성적인 여운도 함께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경험을 위해 공간 디자이너로서 작품의 위치도 신중하게 계획했어요. 창가나 붙박이 의자처럼 인기 있는 자리뿐 아니라, 중간 좌석에서 작품이 잘 보이도록 배치해 이 공간의 어느 자리도 소외되지 않도록 했죠. 어쩌면 지나치기 쉬운 자리에 머물 이유가 생기고, 작품 덕분에 특별한 경험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림에서 느끼는 감정이 다르듯, 같은 공간도 각자 다르게 경험할텐데요. 이 작품들이 그런 차이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피어 커피라는 브랜드와 더 풍부하고 깊이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PEER COFFEE 윤희선 |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험을 하셨으면 해요. 커피를 마시는 일이 단순한 대화나 휴식을 넘어서, 감각적인 경험이 될 수 있도록이요. 앉은 자리에서 바라보는 뷰와 그림이 마음에 남아, 피어 커피라는 브랜드와 이 공간을 더 편안하게 느끼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 COFFEE CHAT
💬 이 공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는 어디인가요?
PEER COFFEE 윤희선 | 저는 ‘파란집’ 앞 자리요. 앉았을 때 보이는 박공 지붕 조명과 외부 경관까지, 피어 커피 종각점의 시그니처 같은 자리라고 생각해요.
ARKIFLOW 강현정 | 많은 분들이 편한 좌석을 선호하시겠지만, 저는 복도 쪽 바 좌석을 가장 좋아해요.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창밖의 나무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쉬어가는 그 시간이 참 좋더라고요. 서울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멍 때릴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게 이 공간의 매력이죠.
YOUROWN 모유진 | 저는 창가 쪽, 길이 보이는 자리가 좋아요.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일상의 장면들을 관찰할 수 있는 자리라 좋습니다.
💬 피어커피의 기념 블렌드 ‘마드레스’, 어떤 맛인가요?
PEER COFFEE 윤희선 | 이번 마드레스는 베리류의 향미가 은은하고, 산미도 부드럽게 표현된 블렌드예요. 이번에 그림을 의뢰하고 로스터리 팀에서도 좀 더 밝고 화사하게 풀어내셨어요. 고객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맛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직원들 모두 ‘역대급’이라는 평을 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아요.
ARKIFLOW 강현정 | 제가 거의 10년 넘게 피어 커피만 마시는데요, 마드레스도 당연히 즐겨 마셔요. 피어 커피는 하루에 몇 잔씩 마셔도 부담 없고, 기분이 좋아지는 커피라고 생각해요. 이번 마드레스는 베리류 특유의 상큼한 산미가 느껴지는데, 그게 너무 과하지 않아서 아침에 한 잔 마시기 딱 좋아요.
YOUROWN 모유진 |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라 마드레스가 정말 좋았어요. 부드럽고 쓴맛 없이 향긋하게 감도는 맛이 인상 깊었고, 제 취향에 딱 맞았어요.

“이렇게 연결되어 반갑습니다. 커피의 요소들이 저의 드로잉들에 종종 등장하곤 했는데,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피어 커피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여러 경로로 찾아보았는데, 한결같이 커피의 향이 사진을 뚫고 나오는 듯 했습니다. 드로잉, 작업에 많이 등장하던 커피에 관한 작업을 하면서 즐거웠고 약간은 긴장되었던 것 같습니다. ”
<마드레스>
의뢰서에 보신각 앞 노신사의 모습을 상상한다고 적어주셨는데, 그 노신사의 모습을 어떻게 볼까 고민했어요. 길을 가다가 모자를 쓴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우연히 보았고, 그 어깨와 품에 세월을 담아가고 있는 듯해 그림에 담아봤습니다. 배경에는 마드레스 블렌드의 특징인 베리류 향미를 시각화 하여 표현하려 했습니다. 약간의 산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노랑을 넣어봤습니다.
<피어 빌리지>
여러 삶들이 모여 살아가는, 파란 지붕 집. 각 동그라미 하나는 피어를 상징하고 다양한 피어들이 모여 파란집을 만들어가는 이미지로 구성했습니다. 50개 이상의 동그라미 한지들을 덧붙여 화면을 구성하였습니다.
<쌓여가는 오늘>
전통적 이미지와 함께 보신각의 오래된 문화는 시간을 안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위에 우리는 지금, 오늘을 쌓아 미래를 만들어 갑니다. 그 쌓여감을 얇은 선과 단청의 색상으로 해석하여 담아냈습니다.
<시작>
이 작업은 저의 사심을 조금 보탰는데요, 저의 하루 시작은 카페인 수혈입니다.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커피는 하루를 구원해주는 손길같기도 하여 물줄기 끝에 작은 손의 형상을 넣어 두었습니다. 커피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구세주 같은 것이니까요.
<건네고 건네는>
건네주는 한 잔의 커피라는 문구에서 시작하였는데, 온기의 전달이라 생각하였어요. 그래서 손에서 손으로 건너가는 사이, 손과 손은 아주 살짝 겹쳐지고 그 가운데는 커피잔이 위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