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04 푸드 콘텐츠 디렉터 김혜준

세 고양이와 나, 가족의 순간을 그림으로 남기다

푸드 콘텐츠 디렉터 김혜준님의 작품 의뢰 이야기 - 황예랑 작가의 <가족>

푸드 콘텐츠 디렉터 김혜준님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브랜딩부터 푸드 칼럼 기고, 디저트와 베이커리 관련 기획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맛의 경험’을 콘텐츠로 전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무척 바쁘게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김혜준 디렉터의 오롯한 휴식처가 되어주는 것은 바로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세 마리 고양이들인데요. 세 고양이의 다정한 집사인 그는 ‘고양이와 나’를 주제로 마치 가족사진처럼 따뜻한 그림 한 장을 유로운에 의뢰했습니다. 황예랑 작가님이 그려낸 사랑스러운 가족의 모습, 그리고 그림에 담긴 다정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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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ISSION DETAILS

각각 다른 나이와 품종의 고양이 셋과 저의 모습을 그려주세요.

의뢰인 | 김혜준 (@miel_jade)
공간 | 세 고양이와 생활하는 주거공간 
아티스트 | 황예랑 (@ye_roong)

의뢰 내용
임시 보호로 시작해 이제는 평생 가족이 되어버린 세 고양이 - 이치, 하치, 리쿠 - 그리고 저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주세요. 마치 가족사진처럼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미식 경험을 전하며 F&B 업계에서 활약 중인 푸드 콘텐츠 디렉터 김혜준님

INTERVIEW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푸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김혜준입니다. 다이닝 레스토랑 브랜딩을 중심으로, 제과 전공을 바탕으로 한 디저트와 베이커리 관련 기획도 함께하고 있어요. 또 브랜드와 셰프, 소비자를 연결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푸드 칼럼을 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미식 경험을 전하고 있습니다.

Q2. 유로운에 그림을 의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유로운에 ‘고양이와 나’를 주제로 그림을 의뢰했는데요. 고양이 임시 보호를 처음 시작한 건 4~5년 전, 코로나가 한창일 때였어요. 그땐 고양이라는 존재 자체가 제 일상에 처음 들어온 시기였고,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걸 ‘기록한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반려묘가 세 마리가 되고 나니, 매일의 일상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 하나하나가 너무 새롭고, 이 시간을 누군가의 시선으로 담아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유로운을 통해 좋은 기회가 생겨 이렇게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Q3. 의뢰 내용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지금 함께 지내고 있는 세 마리 고양이 - 이치, 하치, 리쿠 - 와의 일상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생명을 책임진다’는 감각이 저에게도 낯설어서, 임시 보호로 시작했는데요. 다섯 마리의 고양이를 임시 보호하고 떠나보내는 시간을 거치며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점점 더 크게 느끼게 됐어요. 그러다 지금의 세 고양이와 평생을 함께하게 되었고, 이 아이들과 보내는 현재의 풍경을 기록해두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고양이들과 제가 함께 있는 모습을 직접 남기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 장면을 누군가의 시선으로 남겨둘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유로운에 의뢰할 때 고양이들뿐 아니라 저도 함께 그려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마치 가족사진처럼요. 이 시간의 온기를, 우리 넷의 모습을 하나의 장면으로 오래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Q4. 황예랑 작가님께 의뢰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로운 웹사이트에 소개된 예시 작품들을 보며 황예랑 작가님의 화풍과 감성적인 뉘앙스에 이끌렸어요. 뚜렷한 형태나 정물처럼 딱 떨어지는 표현이 아니라, 작가님의 머릿속에서 새롭게 창조된 듯한 표현 방식이 저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거든요. ‘우리 아이들은 작가님의 손을 거쳐 어떻게 표현될까?’ 하는 기대가 생겼고, 동시에 조금은 도전처럼 느껴졌지만 그만큼 설레는 지점도 있었어요.

Q5. 처음 에스키스를 받았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요? 또, 최종 시안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 A안을 봤을 때는 굉장히 역동적이고,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저와 고양이들을 표현해주셔서 놀랐어요. 마치 들판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뛰노는 듯한 모습이 그려졌거든요. 그 장면도 참 좋았지만, B안을 봤을 때 제 마음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이끌렸어요. 

최종 선택한 B안은 제가 다리만 등장하고 고양이들이 더 부각되는 구성이었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좋더라고요. 저는 늘 스스로를 아이들의 가디언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어요. 

또 B안에는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꽃과 색감이 담겨 있었는데, ‘어떻게 제 마음을 읽으셨지?’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어요. 꽃과 고양이들이 어우러진 장면이 마치 제 눈에 담긴 실제 풍경처럼 굉장히 생동감 있게 느껴졌어요. 푸른색도 너무 좋았어요. 하늘을 표현하는 푸른색은 채도나 명도에 따라 수없이 다양할텐데, 제가 좋아하는 ‘바닷빛을 닮은 하늘’의 감성이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Q6. 완성된 작품을 처음 받아보셨을 때 어떠셨나요?

에스키스를 통해 작품의 뉘앙스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완성된 작품을 직접 받아봤을 때는 디테일 하나하나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어요. 특히 고양이들의 털 표현이 정말 인상 깊었고, 색감의 어우러짐도 매우 섬세해서 놀라웠습니다. 

요즘 동양화를 조금씩 공부하고 있어서인지, 작품 속 고양이들의 모습에서 동양화적인 터치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면서도, 동양적인 감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나 모던한 느낌까지 함께 전달되는 것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림 속에서 아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저는 평소에 일을 할 때도 창작자에게 모든 걸 맡기는 편이에요. 작가의 고유한 시선과 방식은 우리가 흉내낼 수 없는 영역이기에 더 존중해야 한다고 믿거든요. 그런 신뢰 속에서 작업이 이뤄졌다는 점이 좋았고, 결과적으로 그 감정이 그림에도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김혜준 디렉터의 의뢰로 완성된 작품 | <가족> 황예랑, 한지에 먹, 수채물감, 23 x 28 cm, 2025

Q7. 작품이 이 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시나요?

저희 집을 보면, 위쪽으로 시선이 닿는 곳은 거의 비어 있어요. 고양이들이 노는 바닥이나 테이블 위, 캣타워 정도를 제외하면 일부러 여백을 두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그림을 두게 되면서, 비어 있던 공간에 색이 채워진 느낌이었어요. 어떤 생동감이 생긴 것 같다고 할까요? 일상의 분위기가 더 따뜻하고, 다채로워진 것 같아요. 그림이 들어오면서 우리 가족의 풍경도 한층 더 풍성해질 거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Q8. 세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일이 많아 늘 바쁘고 밤낮이나 주말, 평일의 경계 없이 움직이는 편이에요. 집에 돌아와도 출장 짐을 풀고 빨래하고 청소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요. 그런데 요즘엔 외출이나 출장 후 돌아오는 길이 설레요. ‘아이들과 함께 쉬어야지’ 하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즐겁고 따뜻해지거든요. 집이 온전한 휴식처가 되고, 나를 기다리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감정 기복도 줄고, 코로나 이후로 심리적으로 안정도 많이 얻었어요. 덕분에 일에 몰입하는 힘도 더 좋아졌고요. 

Q9. 유로운의 작품 의뢰 과정을 경험해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저는 다이닝 레스토랑을 같이 만들고 기획하는 일을 주로 하다 보니, 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으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익숙한 경험도 새롭게 느껴지게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죠. 그런데 이번 의뢰는 오히려 그런 ‘설계자’의 역할을 내려놓고, 하얀 도화지를 건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 우리의 모습을 그려주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새롭고 설레었어요. 매일 ‘지금쯤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을까?’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고, 그 기다림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이런 ‘기다림의 즐거움’이야말로 유로운이 가진 아주 특별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의뢰서를 작성할 때는 사진과 텍스트만으로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역시 작가님들은 다르구나’ 하고 느꼈어요. 제 감성적인 표현을 아주 깊이 이해하고 작업해주셨더라고요. 덕분에 결과물이 무척 마음에 들고요. 그림 속에는 제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녹아 있었고, 오히려 ‘아, 내가 이렇게 느끼고 싶었구나’ 하는 감정이 되살아나기도 했어요. 전체적인 의뢰 과정도 생각보다 편리했고, 작가님과의 소통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Q10. 유로운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유로운은 무채색인 일상에 다채로운 색을 불어넣는 수채화 물감 같아요. 그래서 ‘내 삶이 이렇게 예쁜 그림이었구나’ 하고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림 자체도 그렇게 완성해 주셨고요. 아이들이 정말 잘 표현된 것 같아요.

Q11. 유로운을 어떤 분들께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저처럼 반려동물이 있는 분들께도 당연히 추천하고 싶고, 공간이나 업장을 운영하시는 분들께도 적극 추천하고 싶어요. 막상 공간에 ‘어떤 그림을 걸까?’ 생각하면 막막할 수 있거든요. 그런 분들이라면 유로운을 통해 자신만의 방향성과 감각이 담긴 특별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림을 둘 수 있는 빈 벽이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유로운이 훌륭한 선택이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예랑 작가에게 작품 의뢰 바로가기 링크
ARTIST'S LETTER | 황예랑

“저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20년째 함께 하고 있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그 모습들을 기록하고자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의뢰자분의 고양이들 사진을 보면서, 각기 다른 모습과 특징으로 뭉쳐진 가족의 모습에 많이 웃었습니다. 보내드리는 그림이 의뢰자분께 가족 사진과 같은 기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파란 하늘과 들꽃이 있는 초원에 네 식구가 함께 달리는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의뢰자분의 가족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유로운에서 나만의 작품 의뢰하기 www.yourow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