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미술사전 | 01 에스키스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습니다. 모든 그림에는 첫 손길이 필요하죠. 그 시작은 아주 조용히, 연필 한 자루에서부터 시작되곤 합니다. 바로 에스키스(esquisse), 밑그림이라는 손길입니다.
‘에스키스’라는 말, 어디서 왔을까요?
에스키스는 프랑스어 esquisse에서 유래된 단어로, '밑그림'이라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스케치(sketch)’에 가까운 말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완성된 작품으로 향하는 단순한 초안,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흘려 그린 그림’이라고 하기엔 이 작은 드로잉의 의미는 꽤 큽니다. 아티스트가 마음속에 품은 이미지를 처음으로 꺼내어 종이에 그려보는, 가장 원초적인 표현이자 실험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화가들이 대형 벽화나 유화 작업을 앞두고 수십, 수백 장의 에스키스를 제작한 예도 많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북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왜 미리 그려보는 걸까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전, 아티스트는 늘 많은 걸 고민합니다.
“이 장면, 구도는 괜찮을까?”
“이 색이 잘 어울릴까?”
“이 감정이 그림에 잘 담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먼저 손으로 떠올려 보는 과정, 그게 바로 에스키스입니다. 에스키스는 고민의 시작점이자 해결의 실마리이기도 합니다. 특정 구도를 시험해보기도 하고, 느낌을 살피기 위해 색연필이나 물감의 테스트 공간이 되기도 하죠. 어떤 아티스트는 감정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 또 어떤 아티스트는 완성까지의 긴 여정을 위한 계획표처럼 에스키스를 활용합니다.
작품을 미리보기

유로운에 의뢰가 접수되면, 의뢰를 받은 아티스트는 의뢰자의 이야기를 읽은 후 완성될 작품에 대한 기대를 맞추기 위해 아티스트가 상상하는 작품의 이미지를 에스키스로 시각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의뢰자가 전달한 감정, 기억, 공간에 담긴 특별한 의미를 그저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해석을 더해 한 장면으로 표현하는 작업이죠.

의뢰자가 의뢰 키트 작성을 완료하면, 아티스트는 이를 바탕으로 7일 이내에 두 개 이상의 에스키스 시안을 제안합니다. 이때 아티스트는 텍스트로 전해진 감성과 정보를 섬세하게 읽고, 작품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장면을 떠올려 그림으로 구성합니다. 이렇게 제안받은 시안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 선택이 작품의 시작점이 됩니다. 이후 아티스트는 본 작업에 들어가며, 그림은 점점 더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갑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절차가 아닙니다. 아티스트와 의뢰자의 감정이 연결되는 첫 순간이자, 작품 전체의 방향이 정해지는 출발점이죠. 바로 여기서부터, 진짜 작품이 시작됩니다.

작은 밑그림, 큰 첫걸음
에스키스는 단지 ‘그림 연습’이 아닙니다. 아티스트와 의뢰자가 나누는 첫 대화입니다. 때로는 한 줄의 선, 한 번의 붓터치가 그림 전체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결정짓기도 하죠. 실제로 유로운의 아티스트들은 에스키스를 통해 느껴지는 감정의 흐름이나 형상에 감춰진 이야기까지도 읽어내며 최종 작품에 깊이를 더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도, 지금 누군가의 손끝에서 하나의 에스키스로 탄생할 수 있습니다. 유로운에서는 의뢰자의 감정과 아티스트의 시선이 만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면으로 완성됩니다.